[창간기획] 고도화된 반도체, 스마트시티의 ‘밀알’

2018.03.29 07: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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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하고 두루뭉술하게 표현됐던 4차 산업혁명은 이제 스마트시티를 통해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5세대(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에너지저장장치(ESS), 자율주행차 등은 이제 개별적으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디바이스, 건물, 지역, 도시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정보의 흐름은 더 빨라지고 커졌으며 구체적인 답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사이트세미콘>은 창간 3주년을 맞아 반도체, 디스플레이, 에너지를 통틀어 유기적으로 엮어내면서도 명확한 방향성을 만드는 것이 가능한 시대를 시작하는 스마트시티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초연결 사회로의 진입은 필연적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만들어낸다. 굳이 숫자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단순히 저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주고받는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는 데이터의 종류와 함께 크기 자체가 커졌기 때문이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1994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256메가비트(Mbit) D램은 원고지 8만장, 신문 2000만장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UHD는 고사하고 HD 동영상 저장도 어렵다. 1990년대 개인용 컴퓨터(PC)의 주메모리 용량이 4MB~256MB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지금과 같은 대중적인 스마트폰 시대에서도 마찬가지다. 저장할 데이터가 커지니 메모리 용량도 비례해 높아지고 있다. 종말단 기기가 이런 상황이니 데이터센터는 말할 나위가 없다. 더구나 세계적인 추세는 환경과 효율을 고려, 데이터센터를 계속해서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단위 면적당 메모리 탑재량을 늘리는 추세다. 제한된 공간을 활용해야 하는 스마트시티에서 반도체가 주목받는 이유다.

스마트시티에서 반도체는 전 부문에 걸쳐 고르게 활용된다. 스마트그리드와 같은 지능형 전력망 구축에서도 필수적이다. 특히 탄화규소(SiC)와 질화갈륨(GaN) 기반 전력반도체가 핵심이다. SiC 칩은 현재 일반적으로 쓰이는 실리콘(규소, Si)과 비교했을 때 물성(물질이 가지는 성질)이 우수한 것이 특징이다. 상대적으로 전력소비량이 낮고 그만큼 발열량이 적어 효율이 높다. 예컨대 전기차(EV)에 적용하면 반도체 자체도 고효율일 뿐 아니라 열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냉각장치의 무게와 부피까지 줄일 수 있어 연비(에너지효율)를 크게 올릴 수 있다.

GaN 칩은 SiC 칩을 이용한 고전압, Si 칩의 저전압 디바이스 사이(600V)에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Si 위에서 고순도 에피(Epi) 성장과 인핸스먼트 모드(Enhancement mode) 소자 제작의 어려움으로 상용화가 지지부진했으나 TSMC와 파나소닉 등이 관련 기술 개발을 완료하면서 양산에 들어간 상태다.

GaN은 SiC와 마찬가지로 Si보다 더 높은 전력 변환 효율과 빠른 스위칭 속도, 더 높은 전력 밀도를 제공한다. Si와 비교했을 때 1/10가량 저항이 낮다. 따라서 크기는 작으면서도 기존 디바이스의 성능을 능가하는 전력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이는 GaN이 제공하는 넓은 밴드특성(band-gap) 및 높은 임계 전기장, 전자 이동의 특성을 갖추고 있기에 가능하다.

◆단위면적당 데이터 용량 높아야 스마트시티에 적합=우리나라 주력 상품인 메모리 반도체는 어떨까. D램은 올해 996억달러(약 106조7500억원)로 성장해 4000억달러(약 428조7200억원)로 점쳐지는 전체 반도체 시장규모의 1/4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지난해보다 10% 늘어난 592억달러(약 63조5800억원)로 여전히 탄탄대로다. 이는 스마트폰과 같은 종말단 기기의 성장 한계에도 불구하고 스마트시티 등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선제투자 트렌드가 지속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D램은 데이터센터에 알맞게 오류 확인&수정(Error Check&Correct, ECC) 코드가 기본인 RDIMM(Registered Dual In-line Memory Module)이 가장 잘 나간다. 메모리 칩의 로딩을 줄여주는 버퍼 칩으로 구성되어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 사이의 데이터 이동을 원활하게 해 속도를 개선한 LRDIMM(Load Reduced Dual In-Line Memory Module)은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다. 당연히 밀도를 고려해 칩당 용량이 높을수록 유리하다. 여기에서는 10나노급 ‘2세대(1y 나노) D램’을 양산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가장 앞서 있다.

낸드플래시도 사정은 비슷하다. 여기서는 적층수 향상과 함께 컨트롤러 기술을 통해 3비트(TLC)가 아닌 4비트(QLC)로의 진화가 이뤄지고 있다. 더불어 플랫폼 장악으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생태계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이 공공연하게 펼쳐지고 있다. 서버 시스템의 집적도를 향상할 수 있는 ‘NGSFF(Next Generation Small Form Factor) SSD’, 기다란 막대기 모양에 1U 시스템에서 1페타바이트(PB) 용량 구현이 가능한 ‘룰러(Ruler)’ 등이 있다.

NGSFF는 국제반도체표준협의 기구(Joint Electron Device Engineering Council, JEDEC) 표준화가 완료된 규격으로 누구라도 사용할 수 있지만, 룰러는 인텔이 밀고 있는 고유의 시스템이다. ‘인텔 vs 非인텔’ 대결인 셈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사정이 있다. SSD 용량을 계속해서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CPU와의 속도 차이를 무시할 수 없으므로 중간에 캐시메모리를 두고 전반적인 데이터센터 성능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 ‘Z-SSD’, 인텔 ‘옵테인’이 대표적인 경우다.

스마트시티에서는 데이터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저장되며 이동한다. 따라서 반도체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고도화가 필수적이며 보다 능동적으로 시장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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