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건한 반도체, 흔들리는 디스플레이…‘온도 차’ 명암

2018.10.19 10:54:58
  • 프린트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최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황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무역수지를 따져보면 양 업계 명암은 엇갈린다. 반도체는 여전히 굳건한데 디스플레이는 흔들리고 있다. 반도체 고점 논란에 대해 ‘실체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선 다양한 의견이 공존한다. 시장 상황에 따른 변수가 워낙 많아 당장 다음 분기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다만, 수출 동향을 통해 실제 현재 업황이 어떤지를 객관적으로 따져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 비중이 큰 우리나라 특성상 내수시장보다 무역 실적, 특히 수출을 통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황이 어떤지를 살필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지난 1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9월 ICT(정보통신기술) 산업 수출 동향’에 따르면, 일단 메모리 반도체는 고점 논란이 무색할 만큼 수출 성장세가 탄탄하다. 이 때문에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투자회사가 확대·재생산한 반도체 고점 논란이 실제 업황과 동떨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반면 디스플레이는 다소 하락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전환에 따른 진통’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올해 9월 반도체 수출은 메모리 반도체 강세가 계속되면서 월간 최대 기록을 재경신한 125억4000만 달러(약 14조26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26.9%, 전월 대비 7.7% 올랐다. 특히 D램 가격을 두고 논란이 됐던 메모리 반도체는 오히려 기세가 매섭다. 9월 반도체 수출액 중 메모리 반도체 비중은 76.7%(96억2000만달러)에 달했다. 96억2000만달러(약 10조9400억원)는 전년 동월 대비 44.5% 오르고 전월 대비 11.9% 상승한 수치다.

D램(4Gb 기준) 현물가격은 6월 4.07달러, 7월 3.99달러, 8월 3.80달러, 9월 3.67달러로 계속 하락하고 있지만, 소비자가 구매하는 값인 현물가격과 기업 간 거래로 형성되는 고정거래가격을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고점 논란’에 대해 “업황 예견은 어려운 일이다. 한 분기 앞의 상황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전문가마다 국제기관마다 예상치도 다 다르다. 연초 예상도 현재와 맞지 않는다”라며 “특히 반도체 업계가 급변하고 있어 수요와 공급 면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라는 견해를 내놨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반도체 고점 논란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기업 주가에 이미 반영돼 더는 논할 주제가 아니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아울러 4분기부터 내년 초까지 비수기가 이어진다는 점도 우려 요소로 떠올랐지만, 일각에선 올해까지는 반도체 성장이 계속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안정기를 찾아가는 단계라고 본다. 일단 올해까지는 반도체 기업 실적 및 국가 수출 상승세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업계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D램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공급을 조절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계속 내놓고 있다. NH투자증권의 도현우 연구원은 “내년부터 메모리 업체의 전략적 판단에 의해 D램 투자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이를 통해 내년 양호한 D램 업황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낸드는 SK하이닉스의 M15 준공 등 영향으로 D램보다는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 도 연구원은 “낸드 투자는 올해 감소했지만, 내년에는 업체 간 경쟁 강화로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BNK투자증권의 박성순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우시 2공장에 약 30~40K(월), M15 낸드 40~60K(월) 투자 등 삼성전자 대비 공격적인 설비투자가 예상된다”라고 전했다.

한편, 9월 디스플레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1.1% 감소한 25억5000억달러(약 2조9000억원)다. 산업부는 ‘LCD(액정표시장치) 경쟁 심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LCD 수출은 11억6000만달러(약 1조3200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21.8% 하락했다. OLED 수출은 TV와 스마트폰 등 수요가 확대되면서 전년 동월 대비 5.6% 증가한 10억7000만 달러(약 1조2200억원)를 기록했다. LCD 수출은 매월 작년 동월보다 18~27% 가량 하락한 모습을 보였다. OLED는 4~5월 부진을 딛고 다시 살아나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OLED는 시장이 커지고 있는데다가 우리나라 점유율도 높아 크게 우려할 부분은 아니다”라며 “LCD는 중국의 공격적 투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산업 발전 측면에서 고부가가치(OLED)로 옮겨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단지 얼마나 빨리 OLED로 전환하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LG디스플레이는 OLED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패널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커지지 않다보니 LG가 삼성에 비해 더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 외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진출 및 중국 패널업체의 OLED 전환 성공 여부 등이 업황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