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면' 준비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비수기 전략에 주목

2018.11.01 10: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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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국내 반도체 시장의 시설투자(CAPEX) 축소 움직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 2년간 상승했던 D램 가격이 꺾이기 시작하고, 계절적으로 비수기에 진입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이에 맞춰 ‘동면’을 준비하는 형세다.

반도체 관련 업계는 삼성전자의 내년 투자 규모가 올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하반기부터 비수기를 벗어나고 수요가 살아나면서 투자가 다시 활발해질 가능성도 있으나 일단 현재로선 메모리 가격 하락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CAPEX 규모는 31조8000억원이다. 작년(43조4000억원)보다 27%가량 투자 규모를 줄인 것이다. 반도체 부문 투자는 작년 27조3000억원에서 올해 24조9000억원으로 9%가량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탄력적으로 제품 라인업을 운용해 시장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컨퍼런스콜을 통해 업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4분기와 내년 상반기까지 비수기가 이어지고 메모리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투자 규모를 줄인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도 “내년은 올해보다 전체적으로 투자 지출 규모가 하향 조정될 것”이라며 이를 숨기지 않았다.

이미 D램 가격 하락은 시작됐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10월 8Gb(기가비트) D램 평균 고정거래가격이 전달보다 10.74% 하락한 7.31달러라고 밝혔다. 개인이 구매하는 값인 현물가격뿐 아니라 기업 간 거래로 매겨지는 고정거래가격도 하락이 본격화된 것이다. D램 고정거래가격 하락은 2년 5개월 만이다. 2016년 하반기부터 상승했던 D램 가격이 이번 분기부터 하락 반전한 모양새다. 낸드 고정거래가격은 이미 7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신한금융투자의 최도연 연구원은 “2년간 계속된 D램 가격 급등 피로감으로 D램 가격은 올해 4분기 7%, 내년 1분기 8%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2분기나 하반기가 되어서야 D램 가격 하락 폭이 둔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BNK투자증권의 박성순 연구원은 “내년 D램 CAPEX가 매우 보수적으로 집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경쟁사들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은 모습임을 감안할 때 서버 수요가 개선되는 내년 2분기부터 D램 가격 하락 폭이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가격 하락보다는 신규 수요에 집중한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AI(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신규 수요처와 서버 수요 다변화 등 기대 요소는 지금 당장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현재로선 비수기 진입과 클라우드 기업의 주문량 축소 등이 겹쳐 실적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인텔 CPU 공급 부족은 내년 상반기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중국이 받는 타격 역시 부담이다.

삼성전자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최근 시장에서 당사 투자(축소)에 대해 관심이 많다. 올해 평택 상층 증설은 기존 계획대로 한다”라며 “잔여 캐파 증설은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 종합적인 라인 운영과 효율을 고려했을 때 잔여 라인 투자보다는 화성 16라인 낸드를 D램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점이 시장에서 (투자 축소로) 회자되는 것 아닌가 한다. 반도체 전체 관점에서 라인을 운영하고 투자하는 게 기본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투자 감소 관측에 대해 화성 라인 전환 투자를 내세웠지만, 증권업계에선 수익성 방어를 위해 CAPEX 계획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KTB투자증권의 김양재 연구원은 “내년 삼성전자 CAPEX는 32조원, SK하이닉스는 15조원으로 올해와 유사하거나 감소할 것”이라며 “투자도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평택 상층(2층)부 증설을 기존 계획대로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일단 비수기를 피한 투자를 고려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김양재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내년 평택 2층 D램 투자를 보류하고 시안 낸드 투자를 내년 4분기로 지연할 것”이라며 “SK하이닉스는 우시와 M15 투자를 축소하거나 가동 시기를 1~2개 분기 순연(順延)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전했다.

시설투자 감소로 순현금이 늘어나 기업가치에는 긍정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나금융투자의 김경민 연구원은 “삼성전자 순현금은 내년 말까지 90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순현금이 늘어나는 원인은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국면에서도 분기별로 10조원 이상의 순이익이 시현되는 가운데 시설투자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순현금 증가 속도가 분기 이익 둔화 속도를 압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상무부가 푸젠진화반도체(JHICC)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기로 하면서 국내 기업의 반사이익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한국과 중국 간 기술력 격차가 큰 현재로선 그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주장도 없지 않다. 그보다 우리나라에 미·중 무역전쟁이 미치게 될 총체적 타격을 걱정해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중 중간재 비중은 80% 수준이며, 작년 중국과 미국의 수출 비중은 각각 24.8%, 12.0%였다.

다만 국내 반도체 관련 종목 주가에 중국 반도체 기업의 시장 진입이 심리적 악재로 작용해왔던 만큼 중장기적인 호재가 될 수는 있다. 대만 파운드리 기업 UMC가 푸젠진화반도체와의 기술협력을 중단하겠다고 밝히자 중국 반도체 기업의 고립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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