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되는 미·중 반도체 갈등…한국, 정교한 대응전략 있나

2018.11.18 17:3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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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미·중 간 ‘반도체 갈등’이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 무역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수출 실적 등 외형은 화려하지만, 시장은 이 같은 편중성을 또 다른 리스크로 받아들이고 있다. 더구나 올해 전체 무역 흑자에서 대(對)중국 반도체 무역 흑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98%에 이른다.

일각에선 미국의 압박이 성공한다면 중국의 시장 교란 행위가 사라져 결과적으로 한국에도 긍정적일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중 간 갈등이 근본적으로 양국 이권이 우선인 새로운 유형의 전쟁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양국 전쟁으로 ‘콩고물’이 떨어지기를 바라기보다 우리가 지금부터라도 더 적극적으로 ‘인력·기술 유출’, ‘반도체·중국 의존 심화’ 등에 대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 적지 않다.

◆반격 나서는 중국...국내 반도체 업계 긴장 = 지난 16일 중국 반독점 당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글로벌 탑3 메모리반도체 기업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서 “중요한 진전이 있다”라고 밝혔다.

그보다 앞서 지난 5월 중국은 3사를 독과점 행위로 입건하고 반도체 가격 담합 및 끼워팔기 등 위법 행위 여부를 조사했다. 표면적 명분은 ‘법 검토를 통해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고 소비자 이익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중국의 이 같은 대응은 미국의 중국 반도체 압박에 대한 반격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중국 푸젠(福建)성 산하 D램 기업 푸젠진화반도체(JHICC)에 대해 수출 제한 조치를 내린 데 이어 기술 절취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중국이 다음 달 1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미국 마이크론에 대한 제재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작년 12월 마이크론이 UMC와 푸젠진화가 D램 반도체 특허·영업비밀 등을 침해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1월엔 UMC가 마이크론이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며 푸젠성 푸저(福州)우 중급인민법원에 맞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7월 중국 법원이 자국 내에서 마이크론의 메모리반도체 제품 26종의 판매를 금지하는 예비판정을 내리면서 양국 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미·중 무역갈등 봉합돼도 반도체 분야는 '불확실성' 가능성 커 =
이는 결국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암시한다. 미·중 무역갈등이 봉합된다 해도 반도체 분야는 여전히 예외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가 가지는 산업적 가치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AI(인공지능)·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 진보 및 서버 수요 다양화 흐름은 반도체 가치를 더욱 격상시키고 있다.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안보 논리가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미국은 반도체를 둘러싼 경제적 패권 다툼 이면에 중국으로부터 자국 안보를 보호하려는 목적이 있음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미국이 푸젠진화반도체를 압박하고 나선 것도 결국 이 기업의 D램이 미국 군사 시스템용 칩 공급업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출 다변화로 리스크 줄이고, 반도체 전문인력 유출도 대책 세워야 =
결국 관심사는 미·중 반도체 전쟁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올해 3분기 기준 74.6%에 이른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가 넘는다.

특히 메모리반도체 편중이 심하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에서 메모리반도체 비중은 80%가 넘고 SK하이닉스는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2016년 71%, 2017년 81%에서 올해 84%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1~3분기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88% 상승했으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9.94%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미국의 D램 기업 압박이 우리나라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과 대립각이 세워질수록 중국의 D램 기업과 미국 장비회사의 사이가 멀어져 우리나라로서는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실상 미국의 압박이 없더라도 푸젠진화, 이노트론 등 중국 D램 기업의 기술력이 현재로선 우리나라 기업을 위협할 수준이 못 된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 견해다. 한편에선 낸드 분야가 D램보다 비교적 기술적 허들이 낮고 민감한 부분이 적어 YMTC 등 중국 낸드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오히려 중국의 마이크론 압박 카드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중국 진출 계획에 타격이 가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가뜩이나 메모리 가격 하락과 비수기 진입으로 내년 설비투자 계획이 불분명해진 가운데, 중국 시장 진출마저 경색되면 악영향이 불가피할 수 있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우리나라 총 무역흑자 중 대중국 반도체 무역흑자 비중은 98.2%에 이른다. 2015년 31%대에서 2017년 54.7%로 오른 이후, 올해는 거의 100%에 가까운 수준으로 높아진 것이다.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는 중국 반도체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한국 반도체 인력·기술 빼가기’는 점차 노골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출신 핵심 임원이 중국 이노트론으로 이직해 신규 프로젝트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전문 인력 유출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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