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비수기·D램가 하락 속 정면 돌파…이유는?

2018.12.20 11:5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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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경기도 이천 공장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SK하이닉스가 비수기 속에서도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기본적으로 반도체 업계는 미세공정 경쟁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미래를 대비한 장기 투자가 생존과 직결되기에 증설과 R&D(연구개발) 투자를 소홀히 할 수 없다.

다만 최근 비수기 속에서도 미래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풀어보자면, 협력사와 공동 생태계 구축을 확대해 ‘외산 장비 편중’을 해소하고 정부와의 협업으로 중국 추격을 떨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내년 상반기 이후 찾아올 메모리 부흥을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이기도 하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경기도 용인 일대에 새로운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부품·장비 등을 공급하는 협력사와 공동 입주하는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다. 향후 10년간 120조원 규모 투자가 단행될 예정이다. 우선 내년 상반기, 단지 기초 공사 등에 1조6000억원 가량을 투입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은 국내 협력사와 상생을 추구하는 SK하이닉스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SK하이닉스는 꾸준하게 협력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공동 생태계 육성을 추진해왔다. 자사 기술 노하우를 협력사와 공유하는 ‘공유인프라 포털’을 오픈하는 등 선순환 구조 구축에 힘을 기울여왔다.

이는 국내 반도체 업계가 기형적으로 발전해온 배경과 연관돼 있다. 우리나라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필두로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지만, 글로벌 상위 10위 안에 드는 장비업체는 단 한 곳도 보유하지 못했다. 국내 반도체 장비·원자재 업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세계 1, 2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를 보유했는데도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 장비 업체에 의존하면서 정작 중요한 알맹이를 다른 나라에 내주고 있다는 비판이 업계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은 이 같은 ‘외산 장비 편중’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클러스터 조성은 중국에서 태동 중인 푸젠진화반도체, 이노트론, YMTC 등 메모리반도체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더 벌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정부와 기업이 똘똘 뭉쳐 전방위적인 투자에 나선 데 비해, 우리나라는 그간 각개전투에 의존해왔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아울러 M16을 통해 미세공정 투자가 더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SK하이닉스는 이천 본사에서 M16 기공식을 열었다. 이날 특히 차세대 미세공정의 핵심인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 전용 공간을 별도로 조성할 계획을 내비쳐 업계 관심이 쏠렸다. 중국과 격차를 벌리고 삼성전자를 추격하는 ‘미래 성장 기반’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다.

현재 국내 반도체 업계는 어려움에 직면했다. 4분기 비수기에 돌입한 데다 서버 D램 수요 둔화, 아이폰 부진 등 여러 악재가 더해지며 메모리 가격 하락을 더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전후방 업계 종사자들은 하나같이 이번 위기만 잘 넘기면 4차 산업혁명 도래로 새로운 부흥을 맞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증설은 새로운 수요처 확대를 대비한 선제적 투자다.

M16 기공식에서 “새로운 성장 신화를 쓰자”라고 강조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말처럼, SK하이닉스가 새로운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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